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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춰주는 영지-소현숙 익산시 여약사 회장
2009년 07월 08일 (수) 09:16:51 박용근 기자 http://iksan.yestv.co.kr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성하의 절기이다. 문득 시원한 계곡을 그리며 옥류천이 흘러내렸던 강원도 춘천의 청평사 계곡을 떠올려보았다.

   
 
   
 
지난 달 둘째 주였던가,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직능 단체의 강원, 경북, 전북 회원 교류회가 강원도 춘천에서 있었다. 휴일을 이용하여 열린 짧은 일정의 교류회였는데?주최 측인 강원도 회원들은 그날 하룻 동안 강원도의 멋과 맛을 타도의 초청회원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학술 정보 교류는 물론이고 춘천 닭갈비, 춘천 막국수, 감자전, 더덕구이, 도토리묵 무침, 민물고기 매운탕 등 강원도 특산물로 만든 먹음직스러운 음식 맛으로 회원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환대를 하고 소양강댐에서 오봉산 청평사 관광지 관람까지 정성스러운 준비를 하여 참석 회원들에게?강원도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 주었다. 이러한 맛과 아름다운 풍광도 잊을 수 없었지만 필자는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을 잊을 수 없었다.

마음에 담아온 선물은 청평사 입구에서 본 영지影池였다. 영지는 그림자를 비춰주는 연못이다.

청평사 관광지는 소양호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10여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청평사입구 선착장에서 하선하여 숲이 우거진 계곡을 잠시 걷다 보면 고려시대에 건립된 천년 고찰 청평사에 이르게 된다. 고려 광종 24년(973)에 영현선사가 창건하여 백암선원이라 이름하였다가 문종 22년(1068) 이의가 춘주도 감찰사가 되어 이 절을 중건하고 보현원이라 하였고 후에 이자현이 중수하여 문수원이라 했다.

청평사 가는 길은 우리 나라 깊은 산하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시원한 계곡이 이어져 있었다. 바위 틈을 따라 백옥처럼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옥류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또한 물이 떨어질 때 아홉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 상사뱀을 몸에 감고 있는 공주의 동상 등 생각만 해도 서늘해질 정도로 시원한 경관이 더위를 식혀주고 그 곳 심산유곡의 정취에 빠져들게 했다.

신선한 숲의 공기를 가슴가득 채우면서 계곡을 올라 옥류천의 상류 쪽에 이르렀다. 옥류천은 계곡 속으로 숨어들고 연못 하나가 보였다. 영지라는 푯말이 연못가에 서있었다.

영지 影池 , 영지라. 불국사의 석가탑이 생각나고 백제의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애틋하고 슬픈 전설이 떠올랐다. 석가탑이 완성되는 날, 연못에 탑이 비췰 것이라는 말을 믿고 아사달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던 아사녀는 그만 영지에 몸을 던지고 마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불국사의 영지에는 서려있다. 불국사의 영지는 이처럼 백제의 석공 아사달, 아사녀의 슬픈 사랑과 아울러 석공의 예술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이 청평사의 영지는 무엇을 담아 비추고 있었을까?

청평사 영지는 언뜻 보면 수초가 우거지고 잉어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평범하고 작은 연못이었다. 하지만 영지라는 이름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거진 수초 사이로 수려하고 장엄한 오봉산이 연못 속에 선명하고 오롯하게 담겨 비췬다.

필자는 작은 연못인 이 영지에서 서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화두 하나를 붙잡고 마음속이 환해지는 기쁨을 느꼈다. 마음속의 번뇌 등 물가에 우거진 수초를 제거해야 제대로 장엄한 경관을 그대로 담을 수 있을 텐데. 이 청평사의 영지는 마음을 정결하게 다스리는 법을 설하고 있었다. 또한 영지는 지극히 정확한 위치에 존재해야 비취고자 하는 사물을 정확히 비춰낼 수 있음을 보았다. 오봉산 봉우리의 절경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영지에서 천년을 거슬러 선인들의 예지와 과학을 읽을 수 있었다.

청평사의 영지를 마음에 담아오면서 생각해본다. 마음을 맑고 고요한 연못으로 가꾸어 아름다운 일체의 물상들을 그대로 비춰낸다면 정말 좋겠다. 또한 현실의 복잡다단한 세태 속에서 왜곡된 삶의 모습보다는 천의무봉 자연 그대로의 질박함과 평화가 깃든 삶의 모습만을 비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청평사 영지는 맑은 마음을 조영해주는 환희로운 여운으로 남아 그 청명한 기운이 더위를 씻어주고 이 무더위에 더 없는 청량감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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