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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칼럼] 경제정책의 새 방향을 생각해 본다
2022년 03월 22일 (화) 08:03:44 채 수 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정권이 교체되어 경제정책도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정부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했다면 새 정부는 시장기능을 확대하는 쪽으로 갈 거라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무조건 정부역할을 확대하는 게 좋은 것이 아닌 것처럼 무조건 시장기능을 확대하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시장기능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가격은 한편으로는 효용을,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을 반영한다.

그런데 현실 경제에서 가격이 효용과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세금이나 보조금, 그리고 가격규제 등을 통해 잘못된 가격을 시정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기능이된다. 이는 생산물의 가격뿐만아니라 노동의 가격 곧 임금에도 해당된다.

지식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연구투자 등 초기투자 비용의 비중이 커지면서 노동의 대가인 임금보다는 기술의 대가와 이윤이 소득분배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졌다.

이에 따라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 기술 등 생산요소들의 가격을 시장기능에만 맡기는 것은 사회적 정의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잘못된 게 많다. 무리한 정규직화 추진 등 노동정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임금정책, 규제와 세금 증가로 일관한 부동산 정책, 계산 없이 원자력발전을 없애고 태양광발전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한 에너지 정책 등은 잘못된 정책 목록의 일부다.

새정부는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현정부 정책을 뒤엎고 반대 방향으로만 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모순된 이야기로 들릴 지 모르지만, 오히려 현정부의 무리한 정책들을 디딤돌로 삼아 그 위에 합리적인 새로운 정책을 쌓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미 오른 최저임금 덕분에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줄어들었다. 이미 증가한 세금 덕분에 증세 요인이 줄어들었다.

이미 증가한 태양광발전 덕분에 재생에너지 증가 요인이 줄어들었다. 현정부의 무리한 정책들의 결과가 새정부에는 부담이 아닌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운용의 철학적 방향을 짚어 보았는데, 다음으로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생각해보자. 감염병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대응정책으로 풀린 돈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인플레가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는 더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인플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금융정책은 이미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상당한 긴축기조에 들어가 있다. 당분간은 더 긴축적인 금융정책이 필요하지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급가격 인플레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금융긴축으로 억제하려 하면 과도한 수요억제 등 부작용만 따를 뿐이다.

재정정책은 추경이 공약으로 예고되어 있어 정부지출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는 방역지침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가피하다.

다행히 현정부가 세금을 많이 올려서 추경으로 재정적자가 추가로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재정균형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새정부는 혁신이 일어나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 중 한가지 중요한 것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다. 특히 재벌중심 체제가 개혁되어야 한다. 새정부는 친기업적이라는 기치 아래 이 부분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

친기업과 친재벌은 다르다. 다행히 최근 혁신적 벤처기업들의 성장은 재벌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있다.

또 재벌총수 지분의 상속 과정에서 가족간 나누기와 상속세 납부는 어느 정도 기업군 분할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한정된 지면이므로 혁신을 위한 투자방향과 산업정책은 따로 짚어보는 게 좋겠다. <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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