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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칼럼] 삶은 경험이다
2022년 02월 05일 (토) 07:47:02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인생에 대해 얘기할 때 흔히들 어떤 목적을 부여한다. 행복이 목표인 경우도 있고, 어떤 성취가 목표인 경우도 있고, 어떤 가치의 추구가 목표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삶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목적을 위해 삶이 존재하는 게 아니고 경험 자체가, 과정 자체가 삶이라는 생각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 삶이 있다고 하는 입장과 삶은 경험이라는 입장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람들 이 어떤 목적을 부여하든 그것은 관념적일 수 밖에 없다.

행복, 세속적 성공, 윤리적 기준, 종교적 가치, 모 두 사람의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이다. 삶은 생명체가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고, 개인과 집단의 유전자를 이 어가는 흐름의 일부다.

그 이상의 것들은 철학적으로 부여한 의미일 뿐이다. 목표와 가치가 의미없다는 말 이 아니다. 어떤 의미를 추구하든 이런저런 근거로 삶에 덧붙여진 것이지 삶 자체는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 받을 게 분명하다. 행복을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 테서, 자아실현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서, 종교적 가치의 추구가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 는 사람들한테서 비판 받을 게 분명하다.

필자도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를 테면 「목적이 이끄는 삶」 이라는 책에 감명받아 어느 부분까지 여러 번 읽기도 했다..

그래도 어떤 종교적 가치의 실현이 인생의 체 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체가 경험하는 삶의 큰 줄기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열매를 맺고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사람의 삶도 큰 줄거리는 같다. 사람은 동물이지만 동물만은 아니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열매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열매, 사회적인 열매를 맺는 것도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역시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겠지만, 필자의 개인적 체험을 얘기하자면, 생물학적 열매를 맺는 게 훨씬 더 큰 경험이었다.

무슨 이야 기냐 하면, 학자로서 논문도 썼고, 공직생활하면서 나름대로 한 일들도 있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운 과정은 그 이상의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필자는 결혼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행복만을 위해서가 아 니고 삶의 경험을 위해서 결혼하라고 권한다.

여담일 수도 있고 본론일 수도 있는데, 필자의 시골집에서 키우는 일년생 진돗개 강아지 ‘설이’가 며칠 전 설날에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새끼 낳으면 입양이 어려우니 중성화 수술을 시키라고 많은 사람들 이 충고했지만 필자는 고집을 부렸다.

생명으로 태어나 사람의 반려동물로 살다 가는 것 이상의 경험을 갖 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판단이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저질렀으니 입양이 잘 되길 바랄 뿐이 다.

진돗개는 아무래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키우는 게 좋다. 사실 아파트에서 키워도 실질적인 문제는 없지 만, 진돗개는 사나운 개라는 사람들의 편견이 있어서 엘리베이터에 태우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볼일을 집밖에서 보는 습성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산책시켜줘야 하지만, 사실 어느 개든 하루 에 두 번은 산책 시켜주는 게 원칙이다.

입양해갈 가장 좋은 후보는 시골로 귀촌한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 게는 진돗개 한 마리가 있는 게 좋다.

벌써 새끼를 달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잘 키울 여건을 지닌 분들인지 먼저 확인하고 입양시키려고 한다. 팔불출이 될 각오를 하고 자랑하자면 어미는 아주 예쁘고 유순한 성품을 지닌 백구다. 상황이 주어지면 용감하게 사냥도 잘 한다.

애비도 멋있게 생긴 백구 진돗개다. 새끼들도 물론 다 새하얀 백구다. 이제 막 태어나 눈도 뜨지 못했으니 두달쯤 키워 입양시킬 생각이다.

그 전에라도 관심 있는 분들이 있으면 새끼를 보여드리려 한다. 심오한 철학 이야기를 가장해서 진돗개 입양을 위한 칼럼을 썼다고 비난하실 독자들에게 반론할 말은 없다.

비난을 받아도 좋다.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난 설이의 새끼들이 좋은 주인들을 만나 잘 살기만 한다 면.. <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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