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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염병 위기대응과 경제적 선택
2021년 12월 10일 (금) 10:08:35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제 피로감이 완연하다. 자영업자들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 지」라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손실이 지속되다 보니 환자 수가 늘고 사망자 수가 늘 어도 더 이상 영업제한을 감내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흔히들 사람의 목숨은 값을 매길 수가 없을 만큼 귀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망자를 줄이는데 투입될 수 있 는 경제적 자원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어느 사회든 사람의 목숨에 값을 매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 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저항하고 정부도 슬그머니 따라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냉철히 생각해보면 이는 우리 사회가 사람의 목숨에 매기는 값을 낮추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냉전시대에 핵전쟁을 대비하는 전략을 구상하는 전략가들이 「생각할 수 없는 (unthinkable) 것을 생각한다」 고 했던 게 기억난다.

우리는 이제 유쾌하지 않은 경제적 선택을 해 나갈 수밖에 없다. 환자를 돌볼 병원에 얼마 만큼의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가, 가게들의 영업은 몇시까지 허용해야 되는가, 사적 모임의 사람 수는 몇 명까지 허용해야 되는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답은 모두 사망자 수와 경제적 손실 사이의 상충균형(trade-off)의 계산 에 따른 경제적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감염병위기는 사실 경제위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직후인 2009년의 경제성장율은 선진국이 마이너 스 3.3퍼센트, 신흥국이 플러스 2.8퍼센트, 그 어느 중간인 세계성장율은 마이너스 0.1퍼센트, 그러니까 제로성장 에 가까웠다.

이에 비해, 감염병위기 발생직후인 2020년의 경제성장율은 선진국이 마이너스 5.8퍼센트, 신흥국 이 마이너스 3.3퍼센트, 그래서 세계성장율이 마이너스 4.4퍼센트였다. 감염병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훨씬 더 큰 경제위기라는 얘기다.

올해에는 경제가 반등하여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 내 년 성장 전망을 다시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실 돈의 공급을 늘려 해결했다.

이번 감염병위기에도 돈의 공급을 늘렸지만 이 로 인한 경제회복의 긍정적 효과가 정착되기도 전에 인플레 우려가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수요보다는 공 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이다. 흔히 얘기하듯 공급사슬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지만, 노동시장에도 애로가 생기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노동시장을 보면 새로운 기술을 가진 고급노동력은 부족한 반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노동력은 넘 치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도 고급기술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 사이에 기술격차로 인 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의 문제든, 생산기술의 문제든 공급의 애로에서 생기는 문제는 단기적인 재정정책이나 화폐정책만으 로 해결할 수 없다.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가진 고급인력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규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 주가 되 어야 하겠지만 기존인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재교육도 필요하다.

기업의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은 혁신의 영역 에 속한다. 기존의 기업도 혁신을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젊은이들이 창업하는 벤처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게 더 효율적인 해법이다.

결국 교육 업그레이드와 산업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의 교육은 역대정부의 평준화 정책이 걸림돌이 되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혁신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양쪽에서 어느 정도 일어나고 있지만, 재벌체제 와 비효율적인 벤처생태계가 걸림돌이다.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경제정책을 얘기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다.

미래 사회의 비전을 내세워 보이는 후보도 보이지 않는다. 잘못해온 정책들을 더 잘못되게 하겠다는 후보가 있고,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지만 대안은 없는 후보가 있다.

국민이 직면한 정치적 선택은 유쾌하지 않다. 지속되는 감염병위기 속에서 사망자와 경제적 손실 사이의 상충균형을 찾아야 하는 경제적 선택도 유쾌하지 않다. <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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