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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칼럼] 자연의 복원력과 순환
2021년 08월 10일 (화) 07:46:57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해외출장 다녀와서 2주간 자가격리가 끝나서 다시 새벽 등산을 시작했다. 장마 뒤끝이라 그런지 늘 다니던 산길에 잡초가 무성해서 낫으로 풀을 베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잡초를 벨 때는 벌집을 조심해야한다.

엊그제 풀숲을 지나던 중에 진돗개 강아지 ‘설이’가 갑 자기 비명을 질러서 살펴보니 말벌 몇 마리가 등에 붙었다. 가지고 있던 등산스틱으로 벌들 을 쳐내고 얼른 그 자리를 피해 도망쳐 나왔다.

등산길 산등성이에 몇 만평 되는 개활지가 있는데 작년에 나무들을 다 베어낸 자리다. 소싯적 남자중학생들처럼 까까머리 민둥산이 되어 이게 다시 숲이 되려면 몇 년이 걸릴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벌써 나무들이 무릎높이, 어떤 것은 허리높이까지 올라왔 다. 베어내고 그루터기만 남았던 나무에서 새 가지들이 뻗어 나오고, 땅속에 있었는지 어디에 서 날아왔는지 씨앗이 움터서 새끼나무가 자라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땅표면에 사는 온갖 생물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리라. 이삼년만 지나면 여기가 벌거벗은 민둥산이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숲이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숲 전체가 살아나는 것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벌레 하나 하나, 그리고 짐승 한 마리 한 마리가 태어나고 자라는 것을 단순히 합해 놓은 것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숲은 하나 의 생태계로서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이든 열역학이든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은 다르다. 실제로는 미시적 현상과 거시적 현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 텐데 사람의 인식의 한계 때 문에 둘로 나눠서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숲이라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는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태계의 복원력은 놀랍다. 전세계적인 기후온난화의 영향인지 최근의 극성스런 산불로 캘리포니아, 시베리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엄청난 면적의 숲들이 거의 재만 남기 고 타버렸다.

그런데 재로 덮인 비옥한 땅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금방 자라난다. 지구환경의 보존에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자연주의자들이 산불에 대해 별로 우려하지 않는다는 말을 예전에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산 불을 생태계 순환과정의 일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순환에는 규칙적인 순환과 불규칙한 순환이 있다. 규칙적인 순환은 계절순환이나 경기변 동처럼 연속적이고 주기적인 곡선으로 표현할 수 있는 변화다.

대개 일정한 어떤 힘들이 작 용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불규칙한 순환은 불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파국(catastrophe)현 상이 그 중심에 있다.

경제대공황, 전쟁 등과 같은 사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불규칙적인 순환은 원인이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흔히들 법칙성 없이 발생하는 것 으로 이해하기 쉽다.

수학이론의 하나인 파국이론에 의하면 어떤 시스템의 안정성을 나타내 는 변수들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다가 어떤 수준을 넘는 순간 갑자기 파국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파국에도 엄밀한 법칙성이 있다는 얘기다. 감염병 사태도 지구상의 생태계가 어떤 연속적인 변화를 겪다가 어느 순간에 튀어나온 파국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그 원인이 기후변화일 수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요인일 수도 있다. 지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지진이나 해일, 태풍 등의 현상도 지구껍질에 생물들이 붙 어 살기 위한 조건이 마련되는 과정의 일부로 본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불필요한 매우 나쁜 사건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길게 보면 우리가 지구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좋은 사건들이라는 얘기다.

감염병 사태로 모두들 힘들게 지내고 있지만 지나고 보면 이 사태로 인해 좋아지는 일들 도 많이 있을 것이다. <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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