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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4주년… 자치법규는 여전히 `식민시대'
새전북신문 = 정성학 기자
2019년 08월 14일 (수) 09:08:17 새전북신문 http://www.sjbnews.com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은 한국어 대신 일본어를 써야만 했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이름조차 일본식으로 바뀌고 한국어 신문은 폐간당하기도 했다.

이른바 한민족 문화 말살정책 중 하나다. 그러나 수 많은 희생 끝에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았고 일제 압제의 굴레에서도 벗어났다. 올해로 꼭 74년 전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식민잔재의 흔적은 다 지우지 못한 모양새다.

일본어투 단어 투성이인 지방 자치법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문제의 일본식 한자어는 수 백건에 달했고 전북도와 시·군 조례 곳곳에서 발견됐다.

새전북신문이 광복절을 맞아 자치법규 전문가인 양성빈 지방의정활동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그 실태를 살펴본 결과다.

조사결과 가장 많은 일본어투 단어는 ‘내역(內譯·うちわけ)’이었다. 쉬운 우리말인 ‘내용’으로 바꿔 사용해도 될 것을 그대로 방치한 결과다.

이런 사례는 무려 490여 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전북도 자치법규에선 ‘자랑스런 전북인 대상 조례’와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서 모두 42건이 발견됐다.

일선 시·군이 만들어 사용중인 조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제의 단어는 적게는 25건(임실군·무주군 조례), 많게는 44건(전주시 조례)이 확인됐다.

또다른 일본식 한자어인 ‘구좌(口座·こうざ)’도 적지 않았다. 순화어인 ‘계좌’를 대신해 구좌란 일본어투를 그대로 차용해 조례를 만든 사례다.

문제의 단어는 군산시, 정읍시, 김제시가 제정한 ‘도시계획 조례’를 비롯해 전주시의회가 사용중인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조례’, 무주군이 활용중인 ‘견인자동차 운영조례’ 등에서 확인됐다.

‘견습(見習·みならい)’이란 일본어투 단어도 나왔다. 문제의 단어는 무주군과 순창군이 만들어 사용중인 ‘지방공무원 인사규칙’에 담겨 있었다. 두 지자체는 ‘수습’이란 순화어 대신 견습을 사용했다.

이밖에 전주시가 만든 ‘공무원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에는 순화어인 ‘목적지’를 대신해 ‘행선지(行先地·ゆきさき)’란 일본식 한자어가 사용되는 등 곳곳에서 일본어투 단어가 쏟아져나왔다.

특히, 도내 자치법규가 모두 7,040여 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앙정부가 지난 십 수년간 일본식 한자어 정비를 권고해왔다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주 요인은 우리와 읽는 방법이 다른 일본식 한자어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빚어진 문제로 지적됐다.

양 소장은 “똑같은 한자일지라도 일본어는 우리 말과 달리 음독(音讀·발음)으로도 읽고 훈독(訓讀·뜻)으로도 읽는데 그런 일본어투 표현방식을 오랜기간 습관적으로 사용해오다 자치법규에도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어는 한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긴 것인만큼 잘 사용되고 잘 계승돼야 할 것”이라며 “문제의 자치법규는 일제히 점검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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