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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2018년 08월 28일 (화) 19:04:11 주성임 전북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2009년 전북서부보훈지청에 보훈섬김이로 입사하여 처음 배정받은 대상자 댁이 멀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어르신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어르신 집 주변이 깨끗하고 잘 정리된 조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어르신은 현재 87세이고 배우자와는 11전에 사별했습니다. 6.25 전쟁이라는 크나큰 시련을 이겨내고 2남 2녀를 둔 아버지로서 힘든 삶을 살았지만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고 다행이라고 하십니다.

40대 후반 일 하던 중 기계에 손이 들어가 오른 손가락 장지, 약지, 세끼 손가락이 절단되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여 절망에 빠지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현재 장애 6급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소연 하시며 보훈섬김이가 올 때쯤이면 기다려지고 기분이 좋아지곤 하셨답니다.

어르신은 천식과 고혈압이 있지만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어서 운동 삼아 같이 동행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다만 사람 많은 곳은 좋아하지 않아 행사 참여를 꺼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안타까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경청도 해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외로워서 그런지 같이 밥 먹는 게 좋다 하셔서 함께 식사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르신의 천식에는 먼지가 천적이라 집안 구석구석 티끌 없이 말끔하게 청소하고 있으며, 겨울 동파로 터진 보일러실에 물이 가득 차 2시간동안 물을 퍼 날라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같이 노래 부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대처해 나갔습니다.

어르신이 손가락 부상으로 제대로 음식을 만들 수가 없으므로 반찬도 만들어주고 손이 많이 가는 것에는 옆에서 거들어 드려야만 일이 진행되는 분이십니다.

반찬이 부족할 때는 후원하는 밑반찬을 전달하기도 했는데 입에 맞지 않아 사서 드시곤 했습니다. 식성도 까다롭고 자존심도 강하여 다른 사람 말은 잘 듣지 않는 조금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이십니다.

보훈섬김이를 업신여길 때가 가끔 있는데 한번 화나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십니다. 지나친 일을 시킬 때는 얄밉기도 하지만 옆에서 가만히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며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참고 다 들어 주고 있습니다.

최근 폭염으로 시간을 다투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호흡기가 약한 어르신께서 호흡곤란으로 숨이 멈출 것 같은 증상을 보이고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하고 1초라도 산소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119를 불러 이송하려 했으나 제가 먼저 대처하기 시작했습니다. 태양열에 노출된 차의 창문을 활짝 열고 웃옷을 벗기고 벨트도 풀고 최대한 시원하게 했지만 쉬 열기가 가시지가 않아 숨쉬기가 힘들어 지르는 어르신의 소리에 숨 막히는 전쟁이 따로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수송하는 방법이 우선이었습니다. 최대한 신호등이 적은 지름길을 택해 비상등과 나이트를 켜고 응급 상황을 알리면서 달렸습니다.

다행히도 익산병원 응급실까지 안전하게 도착하여 응급수속 받을 때 수첩(어르신 신상 기록)을 챙겨가지고 가서 쉽게 대처했던 것 같습니다. 산소호흡기 부착 등 검사하는 것을 보고 다음 서비스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며칠 뒤 궁금해서 안부 전화해 보니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하였으며, 어르신께서 보훈섬김이가 아니었으면 아마 이 더운 폭염 속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치료 중이지만 가까이 있는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옆에서 같이 있어 주는 것 만해도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최우선입니다, 어느덧 11년째가 되어가고 있는 제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진정한 마음과 사랑으로 어르신들을 섬기며 보살피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전북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주성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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