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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수필] 아내의 ‘아파트’
2017년 11월 18일 (토) 19:59:00 한성덕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마지막 사역지인 은혜림교회를, 함께하는교회와 합병했다. 그리고 39년의 목회를 내려놓았다. 그쪽은 교인수가 많아도 건물이 없다.

우리는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예배당을 지었으나 교인수가 적다. 나는 65세로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그 교회의 후배목사는 50대 초반의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기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미련을 버리자는데 옭아매는 것들이 있었다. ‘너른 땅에 예배당을 예쁘게 지었다. 아직도 목회사역이 6~7년 남았다. 1,5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예배당을 어떻게 지은 건데 물려주다니, 억울하고 섭섭하거나, 왠지 바보스럽지 않느냐?’하는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교회부흥과 이 시대의 건강한 교회를 모색하자. 하나님의 뜻과 교인들의 기쁨을 우선하자. 교회를 지은 것이 시기적으로 착착 맞은 것이지 내 집을 지은 건가?

나에게 주어진 분복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박수 받을 때 명예롭게 은퇴하자. 모든 것은 은혜림교회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목회자’라는 판단이, 아쉽다는 생각보다 앞섰다. 그 어떤 것을 내 놓아도 젊은이를 능가할 힘은 없다.

목회는 ‘경험과 노련미’로 한다지만 그것도 교인수가 많을 때나 하는 말이다. 그래서 젊은 후배에게 양보하고 조기은퇴를 결심했던 것이다.

교회에서 32평짜리 9층 아파트를 마련해 주었다. 마지막 10년 동안 목회자로서 교회를 잘 섬기고, 성도를 돌보는 일에 수고한데 대한 선물이다.

목회의 보람이자 성도들의 지극한 사랑이 고마울 뿐이다. 목회의 끄트머리에서 목사에게 헌신한 교인들이 한없이 감사하다. 이 고마운 마음을 어찌 잊겠는가?

아파트를 보려고 인터넷을 뒤지며 많은 지역을 다녔다. 가장 선호했던 아파트는 시야가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곳에 정을 담고 이웃과 함께 도란도란 살고 싶었다.

결국은 전주역에서 가까운 ‘럭키아파트’를 선택했다. 그 아파트는 야트막한 동산의 기슭에 있다. 뒤쪽으로는 전라선 철로가 보이고, 내 고향 무주로 가는 길이 손짓하는 곳이다.

실제로 고향 가는 자동차 소요시간이 40분가량 되었다. 서재에서 고향 쪽을 바라보면 글감이 저절로 솟아날 것 같아서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거린다. 앞뒤가 확 트여서 그야말로 전망이 좋은 집이다.

그 아파트를 아내의 이름으로 등재했다. 38년 전에 나는 28살의 풋풋한 총각이고, 아내는 24살의 생기발랄한 아가씨였다. 연애하는 한 해 동안은 뜬 구름 위를 걸어 다녔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로 부부가 되었다. 꽃다운 시절에 신방을 차렸으니 바위라도 녹일 판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아내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두 아이를 키웠다. 사모로서 목회자를 내조하며 살았다. 피아노 반주자로, 찬양대 지휘자로, 찬송 부르는 찬양자로, 때로는 전자오르간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금은 찬양사역자로 활동 중이다.

일인 4역이나 5역으로 목회를 도왔으니, 꿈같은 일이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소곳한 품격에 여성미(美)도 갖추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연인처럼 좋아하는 타입이다. 아내로 인하여 목회가 더욱 빛났던 이유다. 그 고마운 마음 때문에 아파트를 아내의 명의로 했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부부의 것인데 아내는 입이 귀에 걸렸다.

등기서류를 꺼내들고 ‘백금숙’이라는 이름이 확인되자 “와, 내 아파트다!”라고 소리쳤다. 마치 정상을 정복하고 함성을 지르는 등산가처럼 말이다.

느닷없는 외침에 화들짝 놀랐다. 그 기쁨 속에 만감(萬感)이 교차하면서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그저 싱글 벙글 싱글 벙글 마냥 좋아했다. 그 기분을 살리고 싶었는지 ‘저녁을 쏠 테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것이다.

이름 하나 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내는 그토록 기뻐했다. 행복이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아내에게 해준 최고의 선물이라면 왠지 어색한가? 뭐 대단한 것이나 해준 것처럼 너스레를 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모습이 너무 꼴사나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는데 나는 목회를 조기 은퇴했다. 말로만 사겠다고 했던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리고 아내의 이름으로 그 아파트를 등록했다. 이제 바보를 면한 성싶어서 더 큰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여보, 이 아파트는 당신거야! 우리 함께 이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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