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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수필] 어쩌다 혼밥족이 되어.....이희석
2017년 09월 26일 (화) 06:24:40 이희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요즘 들어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홀로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마시는 술을 뜻하는 ‘혼밥' ’혼술‘ 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런 말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될 줄은 몰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밥 먹기’는 궁상과 외로움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고급 식당에서 홀로 식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어느새 혼밥, 혼술은 대세가 되고 있다. 신세대나 노인세대나 마찬가지다. 혼밥 열풍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나도 혼밥족이 되어가고 있다. 봉급생활을 할 때는 직장에서 급식하는 밥 외에 매 끼니를 아내가 차려 주었다. 퇴직 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렇다 할 일거리가 없는 나는 방안퉁소로 지낼 때가 많아졌고, 아내는 바쁜 일상으로 출타가 잦아졌다. 그러다 보니, 밥상을 혼자 차려 먹는 일이 다반사로 되었다. 종종 거들어 주었던 부엌일도 예사로 맡아 하게 되었다.

오늘도 아내는 일하러 밖에 나갔다. 어둑해지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밥솥부터 열어보며 “밥 좀 지어 놓으면 어디가 덧나?” 핀잔을 놓을 게 뻔하다. 그래저래 저녁밥 짓기는 으레 내 차지다. 이제는 밥 짓고 상차림을 하는 일에 이골이 나려고 한다.

알고 보면 나의 혼밥은 최근 시작된 게 아니다. 한 칸짜리 방을 얻어 손수 밥을 지어 먹던 대학시절과 접점을 이루고 있다. 고봉밥을 먹어도 금방 허기지던 그 시절, 나는 자취 초년생이었다. 끼니때마다 기껏 한두 가지 반찬으로 때울라치면 무쇠라도 녹일만한 식성이 아우성치듯 했다. 이럴 때면 하는 수 없이 도청 옆 골목길에 있는 즐비한 음식점 중에서 반찬이 많이 나오는 진고개식당을 찾아갔다. 그 당시에는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 각종 반찬이 나왔다. 빈속을 달래고 남은 반찬은 염치 불고하고 깡그리 챙겨 와서 자취 반찬으로 두고 먹었다. 누가 보아도 참 청승맞은 행위였지만 어찌 보면 나 자신 혼밥족 연습이 아니었던가 싶다.

얼마 전 아내가 여행을 떠나 여러 날 집을 비웠을 때도 혼자 밥을 해 먹어야 했다. 밥 짓기는 쌀만 안치면 저절로 밥이 되는 전기밥솥이 있으니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국을 끓이고 반찬 만들기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내가 없으면 아무래도 밥상이 어설프기 미련이다. 첫날 세 끼는 미리 지어 놓은 밥과 냉장고의 무, 깻잎, 배추김치로 때웠다. 이내 입맛이 변덕을 부렸다. 그다음부터는 조리하기가 간편한 라면이나 누룽지를 끓여 끼니를 잇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사 온 간편식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매번 혼자 챙겨 먹자니 밥때가 되어도 자연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두 끼 거르기는 물론이고 순탄했던 식성도 내리막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원래 우리네 전통 식문화도 ‘혼밥’이었다. 얼굴 마주 보고 밥알 튀기며 먹는 것 자체가 실례였기에 한 사람씩 독상을 차려 먹었다는 얘기가 있다.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가가호호 소반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어린애까지 몫몫이 독상을 차지하여 식사를 해 왔는데, 일제 강점기와 육이오전쟁을 거치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겸상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동안 나의 혼밥 경험을 돌이켜 보면 장점도 많았다. 우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식사 속도가 느리거나 빠른 사람과 보조를 맞춰 먹을 일이 없고, 음식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 재미없는 농담에 억지로 웃어주지 않아도 되니 좋았고, 침묵을 메울 이야깃거리를 찾지 않아도 되니 편안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듯 혼밥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과 모여 함께 음식을 먹는다. 여럿이 먹으면 더 맛이 있다. 식사는 단순히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야기를 하고 정을 나누는 행위다. 처음 만난 사람과 밥을 먹음으로써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풀기도 하고,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가족을 가리켜 '식구'라고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식구(食口)라는 말 그대로 가족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끼니때마다 함께 먹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집으로 들어갔고 누군가 오지 않았으면 배고픔을 견디며 기다렸다. 밥을 먹는다는 건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온 식구들이 식탁에 앉으면 화목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밥상머리마다 정이 서리고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나는 지금도 가족들의 식사시간이 즐거워야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예나 지금이나 혼자 먹거나 여럿이 같이 먹거나 맛있는 건 매일반이었다. 함께 먹을 사람이 없다고 해서 미각이 주는 즐거움이 감소하는 건 아니다. 독상이든 겸상이든 간에 맛있고 즐겁게 먹는 행복은 같아야 하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본다. 이 세상에서 정말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은 얼마나 있을까? 나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음식을 첫손으로 꼽을 것이다. 나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 먹는 재미 같은 것이 과연 얼마나 더 있겠는가.

어쩌다 혼밥족의 대열에 서게 되었을까. 이런 자문을 되풀이해온 게 한두 날이 아니다. 이래저래 밥에 대한 고민과 대응은 내 삶의 끝 날까지 여전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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