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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수필] 인생은 씨앗.....김길남
2017년 08월 09일 (수) 07:19:55 김길남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인생이란 무엇인가? 너무 철학적인 문제라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달리 생각할 것이다. 불교방송을 보다가 정목 스님이 ‘인생은 씨앗’이라며 설법을 하는데, 가슴 깊은 곳에 뭉클한 느낌이 있어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씨앗이 싹이 터서 자라려면 흙과 물, 온도, 공기, 햇빛이 필요하다. 흙이 기름지고 부드럽고 잡것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 물이 없으면 모든 생물은 살 수가 없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또 그 씨앗이 싹이 터서 자라려면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공기도 잘 통하여 숨을 쉬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햇빛이다. 햇빛이 없으면 식물은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데 씨앗이 떨어져 살만한 조건을 갖춘 곳은 흔치 않다. 토박한 땅이 많고 심한 가뭄으로 물이 없어 식물이 말라죽는 곳도 있다. 겨울에는 얼어붙어 살 수 없는 곳도 있고, 섭씨 40도를 넘는 더운 곳도 많다. 공기야 어디나 있어 좋을 것 같아도 오염되어 숨도 쉬기 어려운 곳도 있다. 햇빛은 저절로 비치는 것 같아도 날마다 구름이 끼어 하늘 볼 날이 드문 곳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돌 틈에 떨어진 씨앗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며 평생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나무가 자라다 태풍을 만나듯 갑자기 당한 실패에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한 여름 내린 우박처럼 갑작스런 병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몇 달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것같이 소득이 없는 때도 있고, 지루한 장마와 같이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인간세상 만사가 어디 순탄하기만 하던가? 질풍노도 같은 어려움은 사람 사는 어느 곳에나 있다. 씨앗이나 사람이나 모두 조건이 좋은 곳에 태어나 자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주 황방산에 가면 돌을 쪼개고 자란 도토리나무가 있다. 하필이면 돌 틈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자라느라 얼마나 어려운 고초를 겪었을까? 처음에는 옴폭한 곳에 자리를 잡아 바람에 날려 온 먼지가 쌓이고 나뭇잎과 꽃가루도 떨어져 두께를 더했을 것이다. 비가 내려 촉촉해지니 그 자리에서 싹을 틔워 뿌리를 내렸을 게다. 이리저리 뿌리를 뻗다가 돌 틈에도 깊이깊이 기어들었을 게 아닌가? 겨울에는 틈에 있는 물이 얼어 부피가 늘어나니 틈이 벌어진다. 그 속에 내린 뿌리도 부름켜로 영역을 넓혀 더욱 틈을 벌렸을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 이 년도 아닌 긴긴 세월이 흐르니 틈이 벌어져 오늘날처럼 지름이 50cm나 되는 큰 나무가 되고, 돌은 쫙 벌어졌을 게다.

그동안 도토리나무는 얼마나 어려운 고초를 겪었을까? 부족한 물 때문에 마음대로 숨을 쉬지도 못하고, 영양소가 모자라 생명을 유지하는데 온갖 짠돌이 짓을 다 했을 게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넘어질까 봐 조바심하고, 가뭄이라도 들면 금방 말라죽을 것 같아 마음 조였을 것이다. 그러다 마지막 돌이 쪼개져 밑바닥에 뿌리가 닿았을 때 얼마나 좋아했을까? 이웃 나무들에게 나도 이제 살았다고 고함이라도 치며 환호했을 것이다.

정목 스님은 잘못 떨어진 씨앗일수록 고난을 무난히 극복하고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생명은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있다. 어떻게 하든지 살아나려고 발버둥 친다. 돌을 깨면서까지 뿌리를 내리고 살지 않는가? 생명의 경외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조건이 좋은 곳에 떨어진 호강스런 씨앗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없어,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살지 못한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를 밖에 옮겨 심으면 시들시들 죽지 않던가? 조건이 열악한 곳에서 자란 씨앗이라야 온간 고난도 이겨낼 힘이 생긴다.

요즘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화제다. 좋은 환경에서 금수저로 태어나 많은 유산을 받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평생 편히 살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며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은 고생고생이다.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한탄할 일은 아니다. 우선은 금수저만 못해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만은 강하다. 아무리 심한 고난이 닥쳐와도 흙수저들은 당당히 맞서서 이겨낼 수가 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그러나 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는 좋다. 당장은 쓰더라도 먹고 견디면 몸에 좋은 보약이 된다. 다디달다고 좋아하지 말라. 거기에는 몸에 해로운 요소들이 들어 있다. 우선은 써서 고통이지만 훗날 몸이 건강해지는 날이 온다.

인생은 씨앗이라는데 아무데나 떨어질 수 있다. 좋은 터에 자리 잡지 못했다고 한탄하지 말자. 우선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큰 재목으로 자랄 수 있다. 너나 나나 현실의 어려움에 목매지 말자. 밝은 앞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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