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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수필] 만일사(萬日寺).....전용창
2017년 08월 08일 (화) 21:22:52 전용창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우리 고장 순창의 회문산은 해발 837m로서 모악산(해발794m)보다 높다.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 즉 다섯 신선이 둘러앉아 바둑을 두는 형국으로서 예로부터 명당으로 이름 난 곳이다.

그 명당에 만일사가 자리하고 있다. 만일사 초입에 다다르니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초발심경(初發心經)』에 나온다는 글귀 중 일부가 다듬지 않은 막된 거석에 쓰여 일주문 앞에 세워져 있어서 만일사가 범상치 않은 사찰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삼일의 수행은 천년의 보배요, 백 년을 모은 재물도 하루아침에 티끌이다.”

초발심경은 원효의『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지눌의『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야운의『자경문(自警文)』을 합본한 것으로 불문에 들어온 초심자가 지켜야 할 일상 규범과 승당 생활에서 명심할 것과 공부하는 마음가짐 등을 기록한 불교 입문교재이다. 입산수도의 좋은 점 및 그 필요성을 간명하게 논술하였고, 또한 수행방법과 결심을 초심자에 알맞게 서술한 것이라고 한다. 수행자는 부드러운 옷과 좋은 음식을 수용해서는 안 되며, 자기 재물에 인색하지 말고 남의 물건을 구하지 말며, 좋은 벗만 가까이하고 나쁜 벗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등의 열 가지 부문을 들어서 스스로를 견책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세 사람의 저술이 언제부터 한 권의 책으로 묶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불교사를 대표하는 저명한 고승들의 수행론을 단행본으로 엮어 출가 승려들의 필수 입문교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불교사적 의의가 크다.

만일사에 오르니 멀리 회문산 정상이 보이고 절 아래로 산안 마을과 무직산, 성미산 등 수려한 연봉이 보였다. 오르는 방향의 반대 방향인 순창 쪽으로 내려가면 산내마을, 고추장 익는 마을, 부채바위가 있다.

해질 무렵 만일사 경내는 찾는 이가 없어서 고즈넉하였다. 지는 해에 고추장항아리 수 십 개가 반짝이고 있었고 ‘순창고추장 시원지전시관’이란 건물도 있었다. 만일사는 백제 무왕 때(제위:600~641) 창건된 사찰이다. 그 뒤 고려 말 무학대사(無學大師)[1327~1405]가 중창했다. 만일사라는 이름도 무학 대사가 이성계(李成桂)를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하기 위해 만일(萬日) 동안 이곳에서 기도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만일사는 6·25 전쟁으로 전각이 모두 소실되었으나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으로 당초의 위치에서 산 아래로 내려와 법당과 삼성각, 요사채 등을 새로 건립했다. 지금의 위치에서 200m 위쪽 옛 절터에서 발굴된 기와 등이 남아 있다고 한다.

『순창군지』[1982]에 의하면 전라북도 임실군 둔남면 오수리에 거주하는 김인숙이 1949년과 1954년에 시주를 해 중건이 이루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만일사는 많은 역사적 아픔을 한 몸으로 겪어야 했으나, 빼어난 산세로 인해 수많은 고승들이 찾아들고 배출되었다. 송만암과 야은(野隱) 등 많은 불제자를 배출한 백학명(白鶴鳴) 선사가 만일사의 금화(錦華) 주지(住持)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았다.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의 스승 석전(石顚) 박한영(朴漢永)[1870~1948]도 만일사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만일사의 역사를 알리는 만일사비(높이 175cm, 폭 65cm, 두께 16cm)에는 무학대사가 이성계의 등극을 위하여 만일(萬日) 동안 기도했다는 내용과 이성계가 이곳을 찾아왔을 때 순창의 어느 농가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의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하여 후일에 왕이 되자 진상케 하여 이때부터 순창고추장이 유명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설화(說話)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비문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마모되어 ‘태조대왕’과 ‘무학’이란 글자만 판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 6.25 때 3등분된 것을 1978년 복원하여 순창고추장의 역사적 상징인 문화유산으로 이용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임금이 되기 전에 무학대사와 만일사에서 기도할 때 하루는 산안마을 김좌수 댁의 초대를 받아 그 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산해진미(山海珍味)가 다 올라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고추장 맛이 일품이었다. 그래서 식사가 끝난 뒤 고추장 맛이 독특한데 거기에 무슨 비법이 있느냐고 물으니

“우리 고장은 산과 물이 많고 토양이 비옥하며, 풍향이 완만하여 사람이 나면 명인달사가 나고, 산과 들에는 약초와 채마(菜麻)가 특이하여 보통으로 담가도 그 맛이 담백하고 감칠맛이 난다.”고 대답했다.

그 뒤로 이성계의 밥상에는 반드시 순창고추장이 올랐으며, 개국 후에 또 한 번 무학대사와 함께 만일사를 찾아 며칠 쉬어간 일이 있었는데 전에 천일향(天日香)을 시주한 것이 마음에 걸려 구천 일 향을 더하여 만일향(萬日香)을 채우고 만일향을 기념하기 위하여 그 절 이름을 만일사로 고쳐 부르도록 했다고도 전해진다.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전 용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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