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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 176] 나비나물..5년지난 열매껍질 물만나 다시 살아나
2017년 04월 23일 (일) 23:13:44 박용근 기자 yukiyull@hanmail.net
   
     

나비나물의 마른 열매껍질은 생사(生死)구분이 어렵다. 비틀려 꼬인 마른 열매껍질은 5년이 지나도 물을 만나니 30분 안에 다시 살아나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나비나물 꽃봉오리는 꽃버선 같다. 봉오리가 터져 꽃이 활짝 피면 날개 편 나비 같다 하여 접형화(蝶形花)라 한다. 열매는 콩 꼬투리 같고, 익으면 2조각으로 벌어져 몸을 비비꼬아 씨를 내 보낸다.

빈 깍쟁이는 마른 줄기에 비비 뒤틀려 매달린 채 바람에 달랑 거린다. 꽃버선 어디 두고 뒤틀린 깍쟁이만 오가는 길손을 맞는지? 사람이나 식물이나 일생이 덧없음은 비슷한가 보다.

나비나물! 풀이름 치고는 정겹다. 풀의 특성을 잘 살린 맛깔스런 이름이다. 잎은 어긋나지만 짧은 잎자루에 작은 잎 2장이 마주나 나비가 날개를 편 모양을 한다. 게다가 꽃봉오리는 마치 아기 꽃버선 같지만 활짝 피면 작은 나비 같다.

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나비나물(Vicia unijuga)을 쉽게 만난다. 푸른 가느단 줄기에 초록 나비가 앉은 듯하고, 잎겨드랑이에서 길게 나온 꽃 이삭은 황록색과 홍록색의 꽃버선을 일렬로 줄지어 걸어놓은 듯하다.

   
     

꽃은 6월부터 9월까지 오래 피며 꽃봉오리 때는 황-홍록색이지만 피면 위의 통 부분은 분홍이나 옅은 자주색이고 아래 갈라진 부분은 보라색 또는 보라색이 돋는 자주색이다.

대체로 꽃대에 조밀하게 꽃들이 한쪽으로 매달려 핀다. 그 모습은 아가 꽃버선을 걸어놓은 듯 귀엽고 예쁘다.

꽃은 가장 큰 기꽃잎(旗瓣) 1개, 날개꽃잎(翼瓣) 2개, 용골꽃잎(龍骨瓣) 1개로 되어 있다. 꽃받침은 원통모양이며 위 끝 가장자리가 아주 얕게 5곳이 들어가 있어 꽃잎을 떼어내고 위에서 보면 변이 굽은 5각형으로 보인다. 그리고 꽃받침 통 위로 1개의 얇고 긴 혀가 나와 있다.

열매는 양 끝이 좁고 뾰족하며 납작한 긴 타원형의 꼬투리(莢果)다. 위 끝은 가는 침처럼 생겼고, 옆구리는 한쪽(주로 위쪽)엔 맥이 띠를 이루고 있으며 다른 한 쪽(아래)에는 이음선이 있다.

   
     

씨가 여물기 전인 초기에는 납작하다가 씨가 여물면 도톰해진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누런 갈색이나 진한 누런색이다. 크기는 길이 2.0~3.5cm, 너비 5~6㎜, 두께 3.5~4.5㎜로 콩꼬투리보다 납작하며 작다. 광택은 없으며 겉엔 그물 같은 잔주름이 있다. 물에 뜬다.

이삭은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1~3개가 나오며, 1개의 이삭에 여러 개의 열매가 달린다. 꽃이 수정을 하여 열매 맺는 율은 1/10정도로 낮아 이삭에는 꽃으로 일생을 마감한 꽃이 붙은 자욱이 깨알 같은 돋음 점으로 많이 남아 있다.

열매자루는 5㎜이하로 짧다. 열매에는 꽃받침이 마른 채 붙어 있다. 꽃받침의 혀는 길이 8~12㎜, 너비 1.5~2.5㎜, 두께 0.02~0.04㎜다. 이것은 이음선이 있는 옆구리 아래쪽에 붙는다.

열매는 익으면 2조각으로 완전히 갈라지고, 열매껍질 2조각은 이음선이 있는 위 끝이 각각 안쪽으로 말려 대롱 모양이 되어 옆으로 벌어진다. 열매껍질은 딱딱하고 단단하며 두께는 0.15~0.25㎜다.

열매에는 1~6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열매의 맥에 붙는다. 맥에는 흰색의 가는 선이 나와 씨의 한쪽 옆구리를 감싸고, 그 끝은 씨의 위와 붙어 있다. 맥에서 나온 좁고 얇은 줄이 감싼 부위를 씨에서 떼어내면 씨에는 얕은 2줄의 골과 한 개의 돋음 줄이 나타난다.

씨는 모서리가 뭉뚝한 긴네모꼴(長方形)이다. 메주와 흡사하다. 옆구리 한 쪽에 띠가 있다. 색은 초기에는 연한녹색 또는 연두색이고 익으면 검은 색 또는 흑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3.0~4.0㎜, 너비와 두께는 2.5~3.0㎜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검게 보이나 자세히 보면 어두운 누런색 바탕에 검은 점무늬가 있어 호랑이가죽으로 착각하기 쉽다.

물에 가라앉으며, 물속의 씨 겉에는 작은 물방울(氣泡)이 맺히는데 그 것이 구슬처럼 예쁘다. 이 기포는 물에 잠긴지 3일이 지나니 없어졌다.

씨 알갱이는 연 노란색이다. 씨껍질은 딱딱하고 두께는0.1㎜정도다.

   
     

가을이 지나면서 나비나물은 가느단 이삭에 칼집 닮은 열매 몇 개 붙들고 겨울을 맞는다.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몸뚱어리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테지만 가식 없이 길손을 맞는 모습이 때론 처량하다.

한여름 풍성하던 잎과 예쁘장한 꽃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나비되어 꽃버선 신고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사라진 나비나물의 안부가 궁금하다.

세월이 지나면 꽃은 지고 열매를 맺는다. 이건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한여름 나비나물 꽃을 보았던 사람은 말라 뒤틀린 빈 쭉정이만 매달고 있는 그것이 나비나물임을 믿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러나 사실임을 어쩌랴! 저마다 처지 따라 웃고 울더라도, 나비나물의 허실(虛失)한 깍쟁이를 보고 생명의 덧없음을 깨달으며 ‘지금’을 잘 보냈으면 한다.

이런 상념에 잠겨 있다가 돌돌말린 열매껍질을 손으로 펴보려고 했더니 끊어지거나 부서질 뿐 펴지지 않았다. 끙끙거리다 물에 담갔더니 10분도(2011. 10. 27일 채종한 단단히 꼬아진 껍질을 2017. 04. 18일 물에 넣어 봤더니 30분 걸렸다.) 안 되어 껍질이 옆으로 펴진 후 2조각이 서로를 마주보고 붙어 원래의 열매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렇다면 나비나물의 마른 열매껍질은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정말 헷갈린다.

필자 주: 잎이 마주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짧은 잎자루에 붙은 2장의 작은 잎(小葉)이 마주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잎은 겹잎으로 작은 잎 한 쌍 전체가 하나의 잎이며, 잎은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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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Ki-Yull Yu Ph.D.)

농학박사, 대학강사(University Lecturer)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Interpreter Korea National Aboretum & Institute of Forest Study)

GLG자문관(Consultant Gerson Lehrman Group)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Expert KOICA)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Poet & writer in Dailyjeonbuk)

아프리카 르완다 KOICA 자문관 판견시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손전화 e-mail : 010-3682-2593, yukiyull@hanmail.net

볼로그(Blog)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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