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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현의 풀꽃나무별곡 19] 양반가 담장 지킴이 능소화
2015년 08월 03일 (월) 12:27:49 박용근 기자 soyou87@ex.co.kr
   
     

오래된 일이지만, 큰 딸아이의 여름방학 탐구 학습과제로 여름에 피는 꽃을 조사하여 제출하라는 선생님의 요구에 열흘 동안 흐르는 땀을 훔쳐 가면서 진솔하게 조사 해본 적이 있었다.

식물을 연구하고 가꾸면서 생활해온 경험으로 그냥 아는 상식으로 써줘도 초등학교의 보고서로 충분하다 할 수 있었겠으나,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 여겨 그리 한 것이다.

   
     

식물에 관해 잘 알 고 있고,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자부했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식물에 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아빠 왜 여름에 피는 꽃들은 붉은 것이 많고, 뜨거운 햇빛에도 싱싱하게 오래 피며, “무궁화가 아름답고 우리나라 꽃인데도 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또 능소화는 양반집 가족도 아닌데 왜 보통사람이나 천민들이 심으면 곤장을 맞았고, 꽃가루에 무슨 물질이 있어서 눈에 들어가면 장님이 된대요?”

지금까지 문헌 자료와 정보만 가지고 식물을 대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었고, 십 수 년간 식물연구를 하면서도 느낀 바지만, 문헌과 기존의 정보가 실제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모든 학문이 다 그러하되 자연과학은 보다 정확한 정보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하는데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사소한 것까지도 자세하게 관찰하여 기록하고 모아진 기록물을 책자화 ․ 매뉴얼화하여 정보를 공유한 것을 볼 때 부러움반 얄미움반 까지 느껴진다.

오늘의 초대손님 능소화는 조선시대 사신이 중국 연경(북경)에서 가져다가 주로 양반집에 심기 시작했다는데, 상민이나 천민이 심으면 곤장을 맞았다는 대목은 사실과 좀 달라 보인다.

능소화는 종자가 잘 맺지 않으니 삽목기술이 보편화 되지 않은 그 시절은 번식이 어려울진대 양반집에서 몰래 훔쳐 심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곤장을 맞아 가면서 심을 만큼 아름다운 꽃이 능소화라는 이야기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폭염아래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불듯이 피는 능소화는 강함과 예술적인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다.

처음에는 여린 듯이 나무나 담벽을 타고 기어오르지만 해가 더할수록 줄기는 굵고 강해지면서 기근(氣根)이 수없이 발생하여 나무와 담벽에 단단히 고정시키며 자란다.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하며 어사화라고 하여 문과에 장원 급제를 한 사람이 귀향길에 오를 때 말을 타고 머리의 관에 꽂던 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꽃이 달린 대궁이 길고 잘 흔들리면서도 탄력이 좋아 사용했던 것 같다. 또한 꽃이 질 때도 지저분해지는 것 없이 통꽃 그대로 떨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한다.

능소화는 상당히 높은 품격을 갖춘 나무이지만 개화기에는 매우 조심해야한다.

여러 책자에 이 꽃의 꽃가루에 독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은 꽃가루가 갈고리와 낚시 바늘을 합쳐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일단 피부에 닿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데, 특히 눈은 점액이 있고 습기가 있어서 일단 부착이 되게 되면 비비는 행동에 의해 자꾸 점막 안으로 침투하여 심한 염증을 유발하고, 심지어는 백내장 등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실명한다는 속설이 따라붙게 되었던 것 같다.

꽃가루 못지않게 주의해야 할 점이 능소화에는 또 하나 있는데, 무심코 이 꽃의 향기를 자꾸 맡게 되면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된다는 이론도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능소화를 심은 집에서는 반드시 가족들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충분히 알려서 꽃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없어야 할 것이다.

/ 구상 소재현 soyou87@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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