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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철의 병상일기]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천사
2011년 09월 30일 (금) 12:15:42 박용근 기자 qcchoe@hanmail.net
14시간의 야간 근무를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밤에 또 다시 야간 근무니 씻고 점심 먹고 취침을 하다가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야 합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잠깐 쉬고 있는데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랫배가 아프다면 설사를 할 것이고 설사를 하고 나면 진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배꼽 위가 매우 아팠습니다.

   
 
이불을 깔고 엎드려 달래보았으나 4시간이 지나도 계속 심하게 아팠습니다. 잠도 못자고 다시 14시간의 긴 야간근무를 한다는 것은 몸에 여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잠 한숨 못자고 고통을 참다가 5시에 집을 나섰으나 계속 배가 아파서 내과 의원에 들렀습니다. 의사는 문진 후 위염 약 3일분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직장에 나가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 했더니 지금 당장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일터에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 오늘 출근이 어렵다고 전화를 한 후 택시를 잡았습니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누웠습니다.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고, 시티 촬영을 하고 심전도 검사를 하였습니다. 환자가 들어오면 병원은 기본적으로 각종 검사를 함으로써 상당한 매출을 올립니다.

검사 결과 급성 췌장염이었습니다.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수치가 1400이랍니다. 건강한 사람이 100이하인데 1400은 굉장히 높은 수치랍니다.

췌장염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입니다. 예전에 직장 상사가 췌장염으로 입원한지 3일 만에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들은 이야기로는 걸어 들어갔다가 누워서 나오는 것이 췌장염으로 암보다 무섭다고 했습니다.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급성 췌장염인 줄도 모르고 위염약 만 3일 동안 먹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아내의 말을 잘 들은 것 같습니다.

급성 췌장염의 원인은 술이랍니다. 의사는 어제 술 마셨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술 외에 어떤 원인이 있는지 물었으나 대답이 없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일주일간의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금식을 하고 항생제 주사를 맞는 것이 치료랍니다. 금식을 하지 않으면 치료가 안 된답니다. 물도 마실 수 없답니다.

밥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고 링거 두 개와 영양제 한 개를 달고 다녔습니다. 요즈음에는 포도당 같은 거의 맹물이 아닌 하얀 영양제가 있어서 건강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얀 영양주사액은 독일, 스웨덴에서 수입한 것 들입니다. 싸 보이는 포도당은 국산이고, 비싸 보이는 영양 주사액은 수입품입니다. 이것이 한국 의약 산업의 현주소를 일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같은 병실에는 암환자가 많았고, 허리 수술, 담석 제거 수술, 신석 제거 수술 등을 계속 하면서 3개월 째 입원해 있다는 76세의 아저씨가 부러웠습니다.

70대 80대 면 할아버지로 불러야 되지만 할아버지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어르신, 선생님 등으로 부르지만 나는 아저씨라고 써 봅니다.

그 아저씨는 3개월 간 세 번의 수술을 했는데도 건강하고 튼튼해 보일 뿐 아니라 검은 머리를 유지하고 머리숱도 많았습니다.

2남 4녀를 두었고 2남 4녀에게서 1손자와 9손녀를 얻었답니다. 손녀가 매일 할아버지의 병실을 지켰습니다. 손녀는 할아버지 심부름을 잘 했고, 주위의 환자들도 도왔습니다. 다들 착한 손녀라고 했습니다.

유일하게 나보다 젊어 보이는 친구를 지킨 아가씨는 키가 크고 굉장히 날씬했습니다. 본인의 키가 작고, 아내의 키도 작은데 어떻게 그런 딸이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와 나의 아내는 평균 보다 큰데 나의 딸은 평균 보다 크지 않고 통통한 편입니다. 아내는 그 집이 굉장히 부러운가 봅니다. 나도 조금 그렇습니다.

힘도 없어 보이고, 말소리도 작은 백발의 할아버지는 병실을 지키는 사람이 없습니다. 70대는 아저씨라 불렀는데 80대의 이 분은 할아버지라고 불러집니다.

할아버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살아나올 수 있을 지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격려를 한 후 침대가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같은 병실의 환자와 가족은 한 마음입니다. 모두가 서로를 위하고 위로하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금식하는 나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평소에 먹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던 나이지만 금식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니 새삼 먹는 즐거움을 알 것 같습니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니 인생의 큰 즐거움을 잃었습니다.

오래 전에 담배를 끊었고, 나이 들어 연애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는 마당에 술의 즐거움을 버리면 이제 무슨 즐거움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개척에 힘써야 되겠습니다.

별로 사교적이지 않은 나이기에 나는 낮 동안 옆 사람 들과 별로 말을 하지 않았는데 밤에 아내가 퇴근길에 병실에 들르면 병실에 말의 꽃이 핍니다. 꽃이 피면 향기가 바깥까지 흘러나갑니다.

늦은 밤 아내가 가고 나면 옆의 아저씨 들이 말합니다. 부부금슬이 좋답니다. 부럽답니다. 그러나 나는 아내에게 잘해준 것이 없습니다. 주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받는 것 같습니다.

딸이 심심하면 읽으라고 책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가벼운 주제이면서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현기영님이 지은 ‘똥깅이’라는 책입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그린 자서전적 소설입니다. 나도 그런 소설 하나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식하면서 항생제 주사 맞고 피 뽑아서 수치를 보는 게 나의 치료입니다. 상대적으로 나이롱환자라서 그런지 의사가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담당의사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의사는 환자에 대해서는 냉철하고 자신에게는 그렇지 못합니다. 의사들은 환자가 많습니다. 치과 의사가 자기 잇몸 무너져 내리고, 내과 의사가 위장병 걸려서 끅끅거리고, 또 목디스크 걸린 의사들 많은 것 같습니다.

의사는 철저히 자기방어적입니다.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잘못에 대한 책임문제에 민감합니다. 표현이 두리뭉실하여 환자는 답답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환자의 곁에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있습니다. 의사는 멀리 있고 간호사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의사는 무뚝뚝하고 간호사는 친절합니다. 필요한 것은 모두 간호사에게 부탁합니다.

요즈음 톱뉴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입니다. 예쁜 한나라당의 나경원, 야무진 민주당의 박영선, 부드러운 카리스마 박원순 세 사람의 이름이 지면을 채웁니다.

여풍이 무섭습니다. 한나라당의 여풍? 민주당의 천풍노도는 미풍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바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전임 오세훈 시장은 순전히 바람으로 당선되었습니다. MB바람에 상대는 정말 추풍낙엽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은 폐허만을 남기고 떠날 수가 있습니다.

의사도 필요하고 간호사도 필요합니다. 때에 따라서 의사가 급할 때도 있고 간호사가 급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때일까요.

나경원이 의사입니까 간호사입니까, 박영선이 의사입니까 간호사입니까, 박원순이 의사입니까 간호사입니까.

대개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로 인식되어져왔지만 이제 여의사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묘하게도 경원이나 영선이라는 이름은 남자 이름에 더 가깝고, 원순이라는 이름은 여자 이름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일주일의 입원기간 동안 의사는 잘 보이지 않고 항상 간호사만 옆에 있으니 간호사가 천사로 보였습니다. 간호사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간호사의 얼굴이 예뻐 보였습니다.

퇴원하면서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천사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천사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천사는 무슨……” 슬픈 미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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