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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이야기] 전주 기린봉은 내륙 최고의 낙조대
2011년 06월 04일 (토) 09:06:17 박용근 기자 qcchoe@hanmail.net
전주를 상징하는 산은 기린봉이다. 기린봉은 키 크고 다리와 목이 긴 그 동물을 형상적으로 닮았고 그 봉우리에 올라가면 멀리 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기린이 상상상의 동물이란다.

조회해 보니 기린麒麟은 성인이 이 세상에 나올 징조로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 속의 짐승이다. 기騏는 수컷, 인麟은 암컷이다.

인麟은 몸이 사슴 같고 꼬리는 소와 같으며,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5색이라고 한다. 봉황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출현하면 세상에 성왕(聖王)이 나올 길조라고 한다.

인麟은 이마에 뿔이 하나 돋아 있는데, 그 끝에 살이 붙어 있어 다른 짐승을 해치지 않는다 하여 인수仁獸라고 하였다.

위지사령謂之四靈이라는 말이 있다. 인봉구룡麟鳳龜龍 즉 기린, 봉황, 거북, 용을 신성시하는데 그중 기린은 공자와 연결된다.

기린은 성군 그 차체 혹은 성군이 다스리는 태평성세라는 개념과 동일시된다. 임금이 백성을 향해 훌륭한 정치를 펼치면 봉황이 내려오고 기린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기린은 백수百獸의 영장靈長이라는 점에서 걸출한 인물에 비유되고, 뛰어난 젊은이를 ‘기린아麒麟兒’라고도 한다.

   
 
   
 
전주의 기린봉이 왜 기린봉인가?

전주는 견훤이 선택한 왕도다. 기린봉에는 동고산성이 있고 산성 안에는 견훤궁터가 있다. 견훤이 전주를 선택한 이유를 기린봉에 올라가 보면 알게 된다.

기린봉에서는 서쪽으로 김제, 만경은 물론 부안 변산 까지 훤히 보인다. 서해바다가 보인다. 전북의 희망인 새만금 간척지가 보인다. 군산이 보인다. 익산 미륵산 너머 논산 들판을 넘어 부여까지 보인다.

드넓은 호남평야는 물론 이어진 논산평야를 차지하게 되면 천하를 얻게 되는 것이다. 동고산성 왕궁에서 한 눈에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다.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

물론 미륵산도 이에 못지않다. 그렇지만 미륵산은 백두대간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전주와 기린봉은 만덕산으로 산줄기가 이어져 방어에 유리하다. 이루지 못한 무왕의 꿈을 이룰만한 적지다.

산 아래는 전주 이 씨의 본향이다. 이성계가 황산전투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개경으로 귀환하던 도중 오목대에서 종친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베풀며 장차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종사관으로 따라갔던 정몽주가 비분하여 홀로 말을 타고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우국시를 지었다고 한다.

왕은 견훤과 이성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전주 이 씨로 왕손을 자처하였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완산 전 씨라고 하며,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이 전주 김 씨라고 한다.

오목대, 이목대 아래에는 향교가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잘 보존된 향교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 TV드라마 촬영으로 다시 알려졌으며 한옥마을 슬로시티의 중심으로 계속 역할을 할 것이다.

걸출한 인물, 공자, 왕을 상징하는 기린이기에 기린봉 아래에는 향교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가 몰려있었다. 풍남초등학교, 전주북중·전고, 전주여중·고, 전주남중·상고, 영생학원 등.

없어진 명문 전주북중학교의 교가는 '기린의 높은 봉만 구름을 뚫고'로 시작되었고 전주여중의 교가는 ‘노령의 힘찬 줄기 기린봉 되고’로 시작되었다. 그밖에도 기린봉이 교가에 들어있는 전주의 학교들은 많다.

기린봉은 성스러운 산으로 여러 종교의 성지다. 향교는 유교의 성지, 동고사는 미륵불교, 치명자산성지는 천주교의 성지다. 단군을 보시는 절, 포대화상을 모시는 절, 기타 여러 암자가 산재해 있다.

기린토월(麒麟吐月)

기린봉이 토해 놓은 달을 따라서
그림자와 함께 길을 걸으면
전주는 우리들의 잃어버린 고향.

배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꾀꼬리 소리 노랗게 들려오네.

그림자여, 우리 여기쯤에서
기린봉처럼 발 개고 앉아
그대와 나 둘이서만 술 한 잔 하세.

달빛이 그려놓은 그림 속에서
고향 노래 한 번 불러 보세.

기린봉의 달은 기린토월로 전주8경의 하나다. 기린봉 위에 뜬 달을 기린이 토해낸 달로 표현한 정서가 아름답다.

산 아래 한벽루에는 취월대라는 비석이 있다. 하늘에 떠있는 달은 한벽루 아래 물속에도 떠있을 것이고 낚시꾼은 물고기 대신 그 달을 낚았던 것인가? 낚시로 달을 건진다면 조월대가 되겠지.

시내에서 보면 기린봉이 토해낸 달, 그 달을 가슴에 품고 싶어 달밤에 산에 오르면 기린봉은 취월대, 조월대 보다는 변산 쌍선봉처럼 득월대가 되겠다.

저 들판은 세상이고, 저 달은 임이기에 어떤 이는 세상을 얻기 위해 기린봉에 오르고, 어떤 이는 임을 얻기 위해 기린봉에 오를 것이다.

어떤 이는 황혼에 만경들판 넘어, 새만금을 넘어 서해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태양을 보러 기린봉에 오를 것이다. 기린봉은 내륙 최고의 낙조대다.

현재 동고산성 주위는 기린봉과 승암산(중바위), 치명자산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승암산은 불교적 명칭이고 치명자산은 천주교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기린봉은 유교적 이름이다. 그러난 역사성으로나 상징성으로 보아 기린산으로 통합 개칭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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